
현재 각국은 2006년 일본이 개발한 유도만능줄기(iPS)세포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이 세포는 배아나 난자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분화된 체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다시 ES세포와 같은 분화능력을 갖도록 만들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세계 줄기세포 특허 가운데 iPS 세포 관련 특허가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연평균 성장률 57.2%). 일본은 이 기술 연구를 국가 과제로 지정하고 한 해 6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 복잡한 유전자조작 없이 세포 배양액 산성도만 약간 올리는 방법으로 iPS 세포와 같은 세포(STAP 세포)를 만드는 개가를 올렸다. 세계 학자들은 STAP 세포가 “줄기세포 연구의 판을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극찬했다.
반면에 한국은 어떤가. 2012년 현재 줄기세포 특허건수 세계 4위, 논문 수 세계 9위로 외형적으론 세계적 수준이다. 2012년부터 정부 투자도 일본(1495억원)·영국(1415억원)에 육박하는 규모(1004억원)로 늘었다. 2011년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 시판을 허용했고(현재 3개), 24건의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거의 전부가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제품들이다. iPS 세포나 STAP 세포 같은 ‘게임 체인저’가 없다.
오일환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는 임상에 치중돼 있다”며 “임상 경험이 많으면 기초기술을 활용할 때 도움이 되지만 세계 시장을 지배할 만한 핵심 원천기술이 없는 상태에선 자칫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만 양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