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시간 : 2014.04.16 13:25:25
얼마 전 네덜란드를 순방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기술을 홍보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히딩크 감독이 퇴행성 무릎 관절염을 앓았는데 다시 감독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안다. 이는 한국에서 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한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의료기술이 유럽이나 북미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히딩크 감독뿐 아니라 최근에만 아르메니아 대통령과 아랍에미리트 왕세자, 인도네시아 내각장관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과 스포츠 스타 등이 한국을 방문해 의료 서비스를 받고 돌아갔다.
특히 이번에 히딩크 감독의 수술에 이용된 줄기세포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2011년 세계 최초의 자가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한 데 이어 2012년 세계 최초의 동종(타가) 줄기세포 치료제까지 개발에 성공하는 등 상용화된 전 세계 4개의 줄기세포 치료제 중 3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히딩크 감독의 치료에 쓰인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은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들어졌으며 닳아 없어진 연골을 재생하는 기능을 한다.
줄기세포는 미래 의학의 핵심이다. 지금까지의 의학이 현재 조건에서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재활 치료나 증상 완화 혹은 질환의 진행을 막는 데 주력했다면 줄기세포 치료는 손상된 조직이나 기관의 구조 및 기능을 회복시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재생의학에 속한다.
따라서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높은 활동력을 원하는 노년층이 많아지고 각종 질환에 대해 완치 개념의 적극적인 치료 욕구를 가진 환자층이 늘어날수록 줄기세포 치료를 선호하는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줄기세포가 치료제뿐 아니라 각종 퇴행성 난치 질환의 예방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앞으로 의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래의 성장동력 산업을 찾아 육성하고 세계적인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바이오 분야가 미래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바이오산업은 2000년대 이후 여러 정부를 거치는 동안에도 일관성 있게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며 많은 기대감을 모아왔다.
그런 면에서 이번 히딩크 감독의 수술은 '의료 한류'를 이끌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히딩크 감독을 치료했던 의료진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 수술 이후 해외 관절염 환자들의 문의가 증가했으며 몇몇 환자들은 이미 한국을 찾을 결심을 하고 병원과 수술 스케줄을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정형외과 분야뿐 아니라 내과·피부과·성형외과·치과·신경과·건강검진 등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진료 분야들이 현재 개발 중이거나 개발된 줄기세포 치료제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국내 의료계와 학계 및 바이오 기업 등에서는 현재 줄기세포를 이용해 관절염, 급성 심근경색 등의 치료제를 개발한 데 이어 알츠하이머성 치매, 발달성 폐질환, 뇌경색, 척수 손상, 치루, 루게릭병 등을 임상 연구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없거나 있어도 효과가 크지 않은 질병들이기에 개발에 성공만 한다면 우리나라의 의료 한류를 이끌 주인공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전임상 단계에 있는 치료제까지 따지면 가능성은 더욱 무궁무진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줄기세포 분야가 부침 속에서도 묵묵히 연구에 매진한 끝에 드디어 새로운 의료 한류를 이끌 수 있는 출발점에 섰다. 이는 물론 정부가 제도적·금전적으로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벤처 창업 및 투자가 활발히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도 한몫했다.
줄기세포 분야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히딩크 감독의 이번 수술을 통해 줄기세포가 현 정부의 창조경제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
존글 도움 얻고 갑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