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에서도 대학병원급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김천의료원 3정형외과 장호진 과장의 호언장담이다.


지방의료원을 바라보는 시선 중 ‘싸다’, ‘중요한 수술은 하지 못 한다’ 등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장호진 과장은 이를 “편견”이라고 일축한다.


장호진 과장은 대구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지난해까지 대구가톨릭대병원 정형외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올해 초 김천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도시에서 지방으로, 대학병원에서 지방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긴 젊은 교수. 세간의 시선으론 그리 좋은 선택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장 과장은 “김천의료원이었기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최신 장비 등 대학병원 정형외과 못잖은 시스템을 갖추고 소신지료를 할 수 있는 곳이 김천의료원이란다. 그의 자신감의 근간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보자.


인사이드-장호진 과장

-대학병원에서 지방의료원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일단 급여 등 조건이 좋았다.(웃음) 김천의료원은 전국 지방의료원 중 몇 안 되는 흑자 의료원이다. 의사 등에 대한 근무조건도 좋고, 실적압박도 적다. 공공병원에서 소신진료를 할 수 있는 곳이란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지방의료원에 대해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맞다. 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동료들도 많았다. 또한 의료원은 ‘후진적’이란 편견도 많았다. 그러나 김천의료원은 몇몇 살림이 어려운 지방의료원과 달리 투자도 많이 하고, 전‧현임 선배들의 많은 노력으로 수준 높은 수술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이렇게 입소문이 나서 환자들도 많다.


개인적으론, 공공의료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유 중엔 의료진에 대한 처우가 한몫하지 않나 생각된다. 대우가 좋지 않고 투자가 없으니 의욕을 가진 의료진들이 오지 않고, 그러다 보니 환자들이 외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김천의료원은 전임 선배들부터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고, 원장님도 적극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김천의료원은 지방의료원 중에서 처음으로 줄기세포치료까지 시도할 정도다. 또 수술실은 대학병원 못잖은 어느 면에선 더 나은 장비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일부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지방의료원에 대한 환자들의 편견이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지역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한다. 김천의료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해결하고,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은 상급병원에서 하는 너무나 당연한 모습을 바랄 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의료원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환자 중 수술을 받은 중학생이 있었는데, 김천의료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친구들이 놀렸단다. 이게 현실이지만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고, 변화를 보이고 있다.


-김천의료원의 시스템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린다.
근골격계 질환은 일방적으로 주사나 약물치료 혹은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환자에 맞는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고, 보존적 치료의 경우 적절한 주사와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적절한 재활 및 근육강화 치료를 동반해야 재발방지를 할 수 있다.


김천의료원은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적절한 수술뿐 아니라 수술 후 재활치료에도 역점을 두고 관련 물리치료실 및 수술 후 프로그램도 구축하고 있다. 또 회전건개 부분파열이나 충돌증후군 등 수술이 필요없는 질환의 경우 초음파 진단 및 초음파 유도하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에 비중을 두고, 적절한 재활 프로그램에 따라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돕고 있다. 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등이 유기적으로 환자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하며 따라서 무리한 수술을 하는 경우는 없다.


-진료 중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적잖은 환자들이 큰 병원에서 수술만 받으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서울 등 대도시로 가서 수술을 받은 뒤 김천의료원 등 지방 병원으로 (재활 등을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 언급했듯 수술 후 재활은 수술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수술 정보가 없이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김천의료원은 대학병원에 준하는 의료진이 수술은 물론 수술 후 재활치료까지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재활 후에도 주기적인 경과 관찰을 통해 환자에게 최선의 결과가 이어지도록 노력한다. 말 그대로 지역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방의료원에서 줄기세포치료를 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예컨대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돼 다리 정렬상 내반변형(O자형 다리)이 있을 경우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단순히 약물치료를 하면 통증은 없어지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는 않는다. 통증은 우리 몸이 ‘고쳐달라’는 신호다. 이를 진통제만으로 통증만 조절한 뒤 관절을 계속 사용한다면 오히려 관절염을 악화시킬 뿐이다.


농촌 지역에서 이런 경향이 더 심한데, 우리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리정렬이 바른 상태라면 관절경을 이용해 미세천공술, 자가골연골 이식술, 자가연골세포이식술, 줄기세포치료 등의 방법 중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선택해 연골 재생을 유도한다. 반월상 연골이 파열이 있고 기계적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에는 반월상 연골 부분 절제 혹은 봉합술등을 시행한다.


다리 정렬에 문제가 있어 O자형 다리 등이 진행하는 경우 절골술 등을 추가적으로 시행하고 65세 이상의 고령에서 퇴행성 관절염이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마지막 단계로 인공관절을 시행한다. 가급적 65~70세 이상 노인 중 상태가 심한 경우에만 인공관절을 고려한다. 즉 근본적인 원인을 알고 상태에 따른 단계적 치료를 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줄기세포치료도 포함돼 있다.


줄기세포치료는 대부분 비급여로 비용만 수백만원이 든다. 때문에 지방의료원에선 권하지도 않는다. 특히 지방의료원이 현재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대상이기에 시행에 한계도 있다. 그러나 지방의료원도 최신의료를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최근 줄기세포치료를 시행했고, 결과도 좋았다. 정책적인 문제가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올해 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줄기세포치료 사례는?
근골격계 질환에서 줄기세포치료제는 이미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다만 시행 대상이 적응증에 포함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O자형 다리인 환자를 교정 없이 해서는 안되고, 반월상 연골 등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중증인 환자도 결과가 그리 좋지 않다. 관절염 단계가 경할수록 수술 후 예후 또한 좋다. 또한 고가인 만큼 다른 수술 방법들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대구 등 대도시 못잖은 의료 수준을 갖추고 있다. 시설도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국가에서 지원을 받아 관절경센터도 추진 중이다. 센터가 완공되면 한단계 더 나은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김천의료원은 지역 주민들이 가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