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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듣는 藥, 10명 중 5~7명에겐 효과 없어…그룹별 최적의 약·치료법 찾는 연구 활발 덧글 0 | 조회 347 | 2015-06-29 14:16:29
관리자  

잘 듣는 藥, 10명 중 5~7명에겐 효과 없어…

그룹별 최적의 약·치료법 찾는 연구 활발

 

"모든 사람에게 유효한 약은 없다. 90% 이상의 약들이 단지 30~50%의 사람에게만 유효하다. "

다국적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알렌 로즈 박사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이런 가정아래서 미래형 맞춤의학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의학의 사상체질이 음식과 생활습관 등 개인별로 이롭고 해로운 것을 4가지 체질로 구분해 유형화하는 것처럼 현대의학에서도 맞춤의학으로 불필요한 의료지출을 줄이고 고비용 저효율의 말기치료 중심의 현 치료관행을 저비용 고효율로 바꿔나가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이런 맞춤의학은 막연한 가설이 아니라 실증적인 근거가 하나둘씩 확립되고 있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유전자게놈 연구,분자진단학적 및 영상의학적 분석 수단도 차츰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맞춤의학연대'의 자료에 따르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계열의 항우울제는 전체 환자의 38%가,천식치료제는 40%가,당뇨병치료제는 43%가,관절염치료제는 50%가 같은 약에 서로 다른 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놀라운 것은 치매치료제는 그 비율이 70%,항암제는 무려 75%에 달해 심하게 말하면 10명 중 7명 안팎은 이런 약의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맞춤의학은 일반의 인식과 달리 '개별환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치료'가 아니다. 개개인을 위한 신약개발이 아니라 특정질환의 여러 치료법에 각기 다른 감수성을 보이는 환자를 소그룹으로 분류해 가장 적합한 약이나 치료법을 가려내고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가장 활발한 맞춤의학 연구분야는 감수성 높은 항암제를 선별해 내는 일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2개의 표적치료제를 시판허가했는데 9개가 단클론항체(생체내 어떤 종류의 세포 또는 항원에만 특이하게 반응하는 항체를 대량 생산해 의약품으로 개발한 것)이고,12개가 저분자물질이다. 나머지 하나는 융합단백질이다. 전신에 작용하는 기존의 화학요법 항암제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지난해 미국에서 81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하는 데 그쳤으나,특정 발암 관련 수용체나 유전자에 작용하는 표적항암제는 높은 선택성과 적은 부작용으로 104억달러의 시장을 일궜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전자 진단·표적항암제 개발 등 성과
'低비용 高효율' 예방의학 시대 앞당길 듯


'온코타입 Dx'란 진단키트는 핵산중합효소연쇄반응(PCR)으로 21개 유전자의 반응 여부를 가려내 특정 종양이 10년 내에 어느 정도 재발할 수 있는지 예상할 수 있다. 만약 전립선암 환자의 재발 가능성이 저위험성으로 판명되면 호르몬요법 같은 저강도요법을 쓰면 되지만 고위험성이면 의사는 공격적인 화학요법 항암제를 투여하게 된다.

여성암 관련 유전자인 BRCA1과 BRCA2를 갖고 있으면 평생 동안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36~85%로 일반 여성의 13%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또 난소암은 이들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생긴 경우 발병 가능성이 16~60%로 일반 여성의 1.7%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연구돼 있다.


대표적인 대장암 표적항암제인 얼비툭스(성분명 세툭시맙)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의 약 40%에 잘 듣지 않는다. 얼비툭스는 대장암의 바이오마커(지표단백질)인 KRAS가 정상형(전체 대장암 환자의 64% 안팎)일 때에만 효과적이고 KRAS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나머지 환자에겐 무용지물인 것이다. 따라서 바이오마커의 유전자형을 진단키트로 미리 파악하면 특정 항암제에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를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자는 불필요한 약제비 지출을 줄일 수 있으며 항암제의 부작용을 감수하고 필요하지 않은 약을 투여할 필요가 없어진다.

미국의 연구결과 이런 표적항암제의 맞춤 선택으로 6억400만달러의 의료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포함해 현재 11개 표적항암제에 대한 바이오마커 테스트가 개발돼 의약품 사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의 화학항암제나 항응고제에도 맞춤의학의 연구성과가 빛을 발하고 있다. 대장암 치료용 화학항암제인 캠토사(성분명 이리노테칸)는 10명 중 1명꼴로 활성형 물질의 대사가 느려 혈액 중에 축적되므로 환자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끼칠 수 있다. 다행히도 'UGT1A1'분석키트를 사용하면 독성 여부를 사전에 판단할 수 있고 예기치 않은 이상반응을 줄여 1인당 1000달러 가치의 이득을 안겨줄 수 있다.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으로 혈액이 굳을 때 투여하는 와파린도 CYP2C9이나 VKORC1 유전자에 변형이 있는 환자에겐 일반적인 용량보다 소량 투여해야 안전하다. 그렇지 않으면 과다 출혈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 또한 환자당 125~500달러의 혜택을 가져다 준다는 연구결과다.

당뇨병에선 TCF7L2의 유전형(CC,CT,TT)에 따라 당뇨병 발생률이 다르고 약물이나 치료법별로 치료효과가 달라진다는 게 연구로 입증됐다. 이 유전자를 포함해 18개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성인형(2형) 당뇨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질병진단 및 의약품 감수성 유전자 진단키트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서비스인 DTC(Direct To Customers)의 활성화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의 대형 의약품·식품·잡화 판매업체인 월그린이 설문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은 74%가 DTC 상품의 필요성에 적극 찬성한 반면 의사들은 29%만이 약국에서 한정적으로 판매되는 게 적절하다고 반응했다.

전문가들은 많은 진단 관련 DTC상품들이 △서구인의 유전자를 중심으로 연구됐고 △유전자의 기능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아직 부족하며 △유전자 진단키트의 검사결과에 대한 해석이 자의적일 수 있고 △공연히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미래의학의 대세가 맞춤의학인 데다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고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원해 맞춤의학의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DTC상품이 적극 유통돼야 한다는 논거를 펴고 있다.

유전체학에 대한 연구가 심화되면서 개인의 유전자 전체(게놈)를 분석하는 비용과 시간이 대폭 절감되고 있다. 한 사람의 모든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데 2007년에는 4년이란 시간과 1000억원이 들었지만 기술발전으로 2009년에는 4주에 1억원 안팎으로 낮아졌고 2013년에는 수시간에 100만원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현재는 온코타입 Dx 검사만 해도 390만원이 넘고 BRCA1,2 유전자 검사는 310만원을 웃돌지만 점차 유전자 진단키트의 가격이 떨어지면 자신의 질병을 미리 예측하는 '저비용 고효율'의 맞춤예방의학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맞춤처방을 실행할 수 있는 전문의의 부족,진료과정이 복잡해지고 수익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꺼려하는 의사들의 입장,새로운 제품의 출현으로 건강보험재정이 급증할 것을 우려하는 보건당국,유전자와 질병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과신 또는 불신하게 될 소비자 등은 미래형 맞춤의학이 뿌리를 내리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일부 암이나 치매처럼 조기 발견해도 뾰족하게 대응책이 없는 난치성 질병은 인류가 보다 철저히 연구해야 할 마지막 숙제로 남아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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