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은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의 피를 굳게 하는 물질(단백질)이 부족해 피가 쉽게 멎지 않는 출혈성 질환이다. 혈우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약 40만명이나 된다.
이 질환은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는 탓에 혈우병 환자는 혈액 응고 단백질을 수시로 투여받아야 한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혈액응고 개선효과를 입증하는 동물실험에 성공, 관심을 끌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의 김진수 단장, 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 고려대 의대 김종훈 교수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인 '셀 스템 셀'(Cell Stem Cell) 지에 24일 게재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세포 치료를 통한 혈우병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기는 세계에서 처음이다.
연구팀은 혈우병 환자의 소변에서 세포를 채취해 유도 만능줄기세포로 불리는 역분화 줄기세포를 만든 다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뒤집힌 유전자를 정상으로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잘못된 유전자 염기서열 부분을 잘라내 정상적인 유전자 DNA를 붙여넣는 기술을 말한다.
이후 연구팀은 정상으로 돌아온 역분화 줄기세포를 혈관 내피세포로 분화시킨 뒤 혈우병 생쥐에 이식한 결과, 생쥐의 혈액 응고인자가 생성돼 출혈 증상이 현저히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유전자가 교정된 혈우병 환자의 줄기세포를 세포치료제로 활용해 환자 본인에게 이식할 수 있게 된다면 평생 혈액 응고 단백질을 투여받아야 하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치료기법을 실제 혈우병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역분화 줄기세포의 안전성 입증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시험까지 최소 5∼1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미국의 리서치사 프로스트&설리번의 ‘글로벌 혈우병 치료제 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혈우병 치료제 시장규모는 지난해 약 100억달러에서 2019년에는 134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