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특성은 유전정보에 담겨져 있다. 유전자(gene)는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물려지는 고유의 특성으로, 염색체에 포함된 DNA의 배열 방식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유전정보를 파악하면 앞으로 어떤 질병에 취약한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특정 의료기관에만 유전자검사가 허용되어왔다.
그러나 지난 6월 30일 보건복지부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 이후,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개인이 민간업체에 유전자검사를 의뢰할 수 있게 됐다. <헬스조선> 기자가 민간업체로부터 직접 유전자검사를 받아봤다. 유전자검사는 어떤 과정을 통해 진행될까? 또 유전자검사를 통해서 무엇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탈모 등 12가지 항목에 대해 민간업체가 예측해줘
지난 6월 30일 보건복지부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민간 유전자 분석 업체가 개인 고객에게 직접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생명윤리법 제50조에 따 라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검사기관은 의료기관의 의뢰를 받거나 질병의 예방과 관련된 유전자검사에 한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가 아니면 자체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없었다. 즉, 이번 개정안 이전에는 민간업체가 개인을 대상으로 직접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
관련 법률이 개정된 후 민간업체가 실시할 수 있는 검사 유전 자 수는 대사 관련 7가지 항목(체질량지수·중성지방 농도·콜레스테롤·혈당·혈압·비타민C 농도·카페인 대사)과 피부 관련 5가지 항목(색소침착·탈모·모발 굵기·피부노화·피부탄력) 등 총 12가지 항목에 대한 46개다. 이에 따라 피부 노화, 비만, 당뇨병 등에 대한 유전적 위험 요인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러 나 암을 비롯한 중증질환 관련 유전자검사는 여전히 민간업체 가 아닌 의료기관에 문의해야 가능하다.
유전자검사… 기자가 직접 체험해봤더니
유전자검사라니, 드라마에서나 있는 일인 줄 알았던 일이 기자에게 느닷없이 찾아왔다. 개인이 민간업체에 의뢰해 자신의 간단한 유전자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된 것이 계기였다. 피부건강, 탈모, 체질량, 혈압 등의 유전자 정보를 알 수 있어 맞춤운동이나 미용관리에 도움 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무작위로 선정한 민간업체 84곳 중 한 곳은 디엔에이링크였다. 이 기관에서는 세 종류의 유전자 분석 테스트를 제 공한다. ‘화이트’는 피부건강(피부관련 내용), ‘핑크’는 헬스 뷰티(체질량지수, 피부 관련 내용), ‘레드’는 혈관건강(혈당, 혈압, 체질량 지수). 이 중 화이트·핑크·레드(헬스&뷰티 종합 유전자 검사) 모두 선택했다.
구입은 디엔에이링크 홈페이지에서 했다. 온라인 쇼핑몰에 서 옷을 고르듯, 원하는 키트를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검사 키트가 집으로 배송됐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유전자검사 동의서 작성이다. 동의서를 작성 한 후 동봉된 봉투에 있는 바코드 스티커를 동의서 원본 과 사본에 붙였다.
이 바코드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받는 개개인에게 부여되는 고유의 ID 같은 역할을 한다. 다 음은 검체를 채취하는 단계다. 포장지를 벗겨 면봉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입안의 볼 양쪽을 각각 20회씩 힘을 주며 골고루 문질러준 후, 약 1분간 건조시켰다. 건조된 면봉을 튜브에 넣고 나서 튜브 옆면에 바코드 스티커를 붙이고 나 면 끝이다. 채취한 검체 튜브와 동의서 사본을 안전 봉투 에 다시 넣고 밀봉한 후, 디엔에이링크로 보냈다.
검사 결과는 약 2주 후 웹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디엔에이링크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한 후 처음 부여받은 바코드 번호를 입력하자, 창이 바뀌면서 화면에 결과가 떴 다.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훑어봤다. ‘집중’이라고 빨간 표시된 부분이 많을수록 건강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뜻. 일반적인 관리 수준을 지속해도 되는 정도라면 초록색 ‘일반’, 관심을 가지고 관리해야 하는 것이라면 주황색 ‘관 심’, 집중적·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단계라면 빨간색 ‘집중’이 뜬다.
결과 요약은 일목요연했다. 우선 ‘집중’ 관리가 필요한 항목부터 들어가봤다. 자세하고 전문적인 정보들이 쏟아졌다. 상세분석 결과에는 내 안에 있는 어떤 유전자들이 어 떤 위험요소를 갖고 있는지 나옴은 물론, 인종에 따라 해 당 유전자를 갖고 있을 확률도 함께 나열됐다. 맞춤 관리 지침을 누르면, 생활에 접목 가능한 관리 지침법이 상세 하게 나왔다. 예를 들어 색소침착의 경우 색소침착 방지에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피부관리 팁은 무엇인지 나온다.
자세한 설명을 통해 전문가 도움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개인이 이 결과를 스스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느껴졌다. 의학적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어떠한 도움 없이 스스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과 의료진의 개입으로 결과를 이해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결과를 가지고 의사와 상담할 때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로는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분석 사례 2가지
유전자검사로 무엇을 예측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민간업체 디엔에이링크가 개인 고객에게 의뢰받아 분석한 2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CASE1 체질량지수와 혈압 관리 필요한 홍지인(가명)씨
홍씨의 혈관건강 유전자검사 결과다. 혈관검사 항목 에는 체질량지수,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중성지방 농도가 포함됐다. 이 중에서 홍씨에게 ‘집중’ 관리가 필요한 유전자 항목은 체질량지수와 혈압이었다. ‘관심’ 관리가 필요한 부분은 콜레스테롤과 혈당이었으며, 중성지방 농도는 일반적인 관리 수준으로 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체질량지수를 살펴보자. 체질량지수 항목에는 11번 염색 체 BNDF, 16번 염색체 FTO, 18번 염색체 MC4R가 관여한다. 11번 염색체 BNDF의 기능은 식품 조절과 체중 조절이다. 유전형 에서 붉은 글씨는 위험인자를 나타낸다. 이 염색체에서 위험인 자는 C인데, 홍씨의 유전형은 CC이다. 이 염색체의 위험인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집중 관리하지 않으면 과식행동과 식이섭취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CASE2 탈모와 색소침착 유의해야 할 백지인(가명)씨
백씨의 피부건강 유전자검사 결과다. 피부건강 검사에는 피부탄력, 카페인 대사, 색소침착, 탄력, 탈 모, 모발굵기, 피부노화, 비타민C 농도가 포함됐다. 이 중에서 ‘집중’ 관리가 필요한 것은 카페인 대사와 피부탄력이었다. ‘관심’ 관리가 필요한 부분은 탈모와 색소침착이었다. 모발굵기, 피부 노화, 비타민C 농도는 일반적인 관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관심 관리가 필요한 탈모 유전자 항목에 관여하는 것 은 6번 염색체 HLA-DQB1, 10번 염색체 IL2RA, 20번 염색체 chr20p11이다. 이번에는 위험인자가 없는 경우를 살펴보자. 남 성형 탈모에 영향을 주는 20번 염색체 chr20p11의 위험인자는 A이다. 하지만 백씨의 해당 유전형은 GG이다. 이에 따라 이 염색체에 대한 위험인자가 없기 때문에, 남성형 탈모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디엔에이링크는…
현재 사설 유전자 분석 업체는 디엔에이링크, 마크로젠, 테라젠이텍스, 랩지노믹스 등 국내 민간 유전자검사 업체는 84곳이 있다. <헬스조선>이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디엔에이링크는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상용화한 유전체 기반 생명공학 전문기업이다. 한국유전평가원이 실시한 ‘2015 년 유전자검사 정확도평가’에서 비의료기관 최고등급인 ‘P등급’을 획득했다.
디엔에이링크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법 개정 후, 개인을 상대로 하는 유전자 분석 검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의 유전 체 분석을 통해 질병 발생 확률을 예측하여 생활습관 및 환경 등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내용에 따라 가격은 약간 차이 있으나 10만원대이다. 유전정보에 맞춘 운동, 식이관리 등 건강관리 프로그램 설정으로 적극적인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다. 유전적 위험도가 증가되어 있는 경우, 유전자 분석 결과와 함께 맞춤 건강관리 정보를 제공해준다.
식습관 및 생활습관을 개선하여 환경적 요 인을 교정하도록 돕는 것이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디엔에이링크의 상담 센터에 연락해 물어볼 수 있다. 임상영양사, 운동 처방사, 유전자 관련 전문가 등 전문 상담원이 대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