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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분석·아바타 마우스…족집게 항암치료 시대 연다" 덧글 0 | 조회 295 | 2016-12-21 11:18:32
관리자  

[People & Analysis]

"유전체 분석·아바타 마우스…족집게 항암치료 시대 연다"

  • 신찬옥 기자
  • 입력 : 2016.12.21 04:11:02

삼성서울병원 암 전문의 임영혁 한국임상암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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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가장 기쁠 때는 환자가 좋아질 때입니다. 암처럼 새로운 치료제가 생존율을 좌우하는 질병은 더욱 그렇죠. 환자들에게 하루하루가 소중한 만큼 가장 잘 듣는 약을 찾아내고 맞춤치료를 하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겠습니다." 임영혁 한국임상암학회(KACO·Korean Association for Clinical Oncology) 이사장을 만나 '미래의학'의 모습을 그려봤다. 유방암 종양내과 전문의인 임 이사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초기 임상시험을 비롯해 수백 개의 국내·국제 임상시험을 기획하고 참여하며 국내 임상연구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처럼 암환자에게 누구나 똑같은 약을 처방하고 안 들으면 또 다른 약을 투여하는 시대는 가고, 유전체 분석과 아바타 마우스 등을 활용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항암제를 미리 찾아내고 적정 투여 용량과 시기까지 맞춤으로 제시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예방과 맞춤치료에 중점을 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이다. 정밀의학은 미국·영국·중국·일본 등에서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임 이사장은 지난 19~21일 유럽종양학회(ESMO·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가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ESMO ASIA 2016에서 '한국 정밀의학의 현주소와 전망 및 한계'에 대해서 발표했다.

임 이사장은 정밀의학 추세에 맞춰 정책과 의료환경을 환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며 몇 가지 제언을 내놨다. 그는 "치료가 어려운 병이었던 백혈병이 글리벡이라는 약 덕분에 생존율이 높아졌고, 유방암도 허셉틴 등 치료제가 나오면서 평균 5년 이상 생존율이 높아졌다"며 "혁신적인 신약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다학제 진료처럼 암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부터 캔서 패널 차세대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염기서열분석) 검사에 보험급여를 적용해준다는 건 파격적인 결정이지만 암마다 어떤 유전자를 볼 것인지 어느 때에 적용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합니다. 가장 힘든 건 유전자 변이를 파악했는데 쓸 수 있는 약이 없을 때입니다. 좋은 표적·면역치료제가 있다면 국가적으로 임상 연구 등을 통해 우리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좋겠습니다."

다학제 진료의 저변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다학제 진료란 혈액종양내과·외과·산부인과 등 질병과 관련된 전문의 여러 명과 관련 의료진이 함께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말한다. 임 이사장은 "어떤 치료를 먼저 할 것인지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환자가 돌아다니면서 진료를 받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며 "모든 환자에게 하기는 어렵겠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이사장을 맡은 그는 임기 중 과제로 암 예방교육과 생존자 프로그램 마련을 꼽았다. 암을 예방하는 생활습관 등을 널리 알리는 대국민 홍보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발병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암치료를 받고 투병 중이거나 완치된 환자들의 삶까지 케어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임 이사장은 "4기 환자들도 완치 후 오래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젠 그들의 삶의 질을 고민할 때"라며 "우리 의료계가 대체의학 등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었는데, 학회 차원에서 연계해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등 더 많은 고민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혁신빠른 종양학, 청년들 도전 늘었으면"

한국은 임상연구에서 세계 1, 2위를 다툰다. 빅5 병원이 위치한 서울에서 전체 암환자의 절반이 치료 중인 데다 뛰어난 연구자들도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환자 모집이 빠르고 임상연구의 질이나 연구성과도 뛰어나기 때문에 글로벌 임상을 계획할 때는 한국을 무조건 참여시키고 본다는 것이 임영혁 이사장의 설명이다.

특히 수백 명이나 수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이 줄어드는 추세고, 치료 효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먼저 찾은 후 시행하는 소규모 임상이 많아지면서 한국이 임상 국가로 더 각광받고 있다.

임 이사장은 이런 가능성을 보고 더 많은 젊은 의학도들이 암연구에 관심을 두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ESMO ASIA 2016 행사에서는 한국임상암학회가 ESMO의 조인트 멤버가 되는 내용을 담은 MOU도 체결했다.

임 이사장은 이번 MOU에 대해 "한국 임상의학 수준이 높아진 만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최신 지식을 공부하고 젊은 인재들에게 글로벌 경험을 쌓게 해주기 위함"이라며 "글로벌 캔서 TF(태스크포스)에 참여해 우리 의견을 개진하는 등 적극 협력하고 교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온콜로지(암)는 가장 도전적인 분야입니다. 오늘의 표준치료가 몇년 후에는 표준치료가 아닐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요. 최신 연구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따라가지 않으면 금방 뒤처지고 맙니다. 힘들지만 환자들에게 '가장 좋은 치료'를 선물할 수 있는 일입니다. 꿈이 있고 야망이 있다면 온콜로지스트(종양학자, 암 연구자)에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신찬옥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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